세례성사 때의 맹세를 실천하고자 성모님을 통하여 그리스도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기를 원하는 신자는 몽포르의 루도비꼬-마리아 성인이 가르쳐 준 성모 신심을 실천해야 하는데, 성인은 이 신심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여 설명하였다.
“이 신심은 성모님을 통하여 우리 자신을 완전히 예수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자신을 완전히 바치는 것이다.”(교본 513쪽)
이에 따라 명동대성당에서는 봉헌을 위한 33일간의 준비를 거쳐 2024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대성전에서 본당 주임사제 주례로 봉헌식을 거행하였다. 나도 봉헌 예절에 참석하였는데,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이 밀려왔다. 이에 따라 이날 축복받고 수여 받은 스카풀라를 여태 착용하고 있다.
봉헌식 이후에도 봉헌의 생활화를 위해 성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습관을 키워나가려 노력한다. 2014년 7월 나에게 발생한 뇌혈관(내경동맥) 박리와 이로 인한 중심 망막 동맥 폐쇄, 뇌경색으로 사경을 헤매다 성모님께 매달려 기도로 회복한 적이 있다. 2024년 12월 25일 같은 부위에 뇌혈관 박리가 또다시 발생하여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 장애(베르니케 영역의 손상) 등으로 서울대학교병원(분당) 뇌혈관센터 뇌졸중 집중 치료실에 다시 입원하여 2025년 1월 2일 퇴원했다. 다행히도 잘 회복 중에 있어 다시금 성모님께 감사와 찬미를 보냅니다.
이에 봉헌식과 2025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성모님께 드린 나의 편지를 다시 읽어봅니다.
천상 은총의 어머니 성모님께.
나를 당신 앞에 부르시어 당신께 봉헌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께 나의 몸과 마음, 유형무형의 나의 달란트를 모두 드려요.
나의 연인, 나의 사랑, 나의 희망이신 성모님!
나의 아픔 고통 슬픔 절망 기쁨 행복 영광이 모두 다 당신의 것입니다. 그러니 나를 당신 뜻대로 하세요. 나를 위로하시고 육신과 영혼의 질병을 치유해 주시며, 평온을 되찾아, 주님과 나의 이웃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사람에게 연민(empathy)을 갖게끔 이끌어 주세요.
내가 여기 있으므로 나의 존재가 어머니의 더없는 기쁨이 되고, 주님을 경외하는 세례 때의 초심을 늘 간직하게 해 주세요. 나는 어머니 치마폭에 싸여, 어머니 품에 안겨, 어머니 곁을 맴도는 배경이 되고, 순전히 지상에서의 수단(purely terrestrial means)을 통해 눈에 띄도록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어머니!
이제사 철이 들어 어머니를 향한 나의 애틋한 사랑을 고백하오며, 늦었지만 꼴찌가 첫째 된다는 성경 말씀에 힘을 얻고, 당신께 봉헌하는 삶을 새로이 시작합니다. 당신의 보호와 보살핌, 키워주심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