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었지만 뜨겁게
조혜진 안나 청주교구 두촌성당 바다의 별 Pr.

지금 돌이켜보면 안타깝고 후회스럽게도 저와 남편은 오랜 기간 하느님과 성모님의 사랑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던 무종교인이었습니다.
그러던 저의 40대 후반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의 친한 선배이자 지금은 남편의 대부님이신 분께서 무려 8년여간 평화신문을 저희 집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처음 몇 년간은 신문이 오면 열어보지도 않고 폐지로 버렸으며 그저 귀찮아질 뿐이었습니다. 남편도 그분께 읽지도 않는 신문이니 제발 다른 분에게 보내시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 말을 들을 때만 그러겠노라 하셨을 뿐이지 결국은 저희의 이런 얘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보내주셨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하루는 저도 모르게 그 신문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한 단어들에 어려워하면서 대충 큰 제목만 읽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가톨릭의 용어들에 익숙해지고, 종국에는 저도 모르게 배달오는 신문을 매번 읽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여러 기사 중 교황님과 성모님의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성당은 과연 어떤 곳인지 호기심이 생겨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난생처음으로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을 남편에게 얘기했을 때, 남편은 처음에는 “성당은 무슨…” 하면서 시큰둥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남편의 반응에 실망하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게 된 성당이라는 곳을 나 혼자라도 가볼까 싶어 용기를 내 그분께 연락드렸습니다. 이에 그분께서는 너무나 기뻐하시면서 저를 처음 성당에 나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셨고, 당시 저희 집 앞에 있던 오금동성당에서 6개월의 예비자 교육 후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세례를 받고 보니 남편에게도 끝없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 세례받기를 권유했으나 고집 센 남편은 나중에 세례받겠다면서 거절하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에 고민 끝에 남편이 아이들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니, 아이들을 먼저 세례받게 해야겠다 싶어 아이들을 설득하였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저희 아이들 역시 흔쾌히 성당에 나가기로 하였고, 애들 아빠 역시 아이들의 설득으로 예비자 교육을 함께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2005년 부활절에 저는 세례받았으며, 남편과 아이들은 성탄절 때 세례를 받아 우리 네 명 가족은 1년 만에 온 가족이 교인이 되는 큰 영광과 복됨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탐탁지 않던 남편은 어느새 저와 함께 성경을 통독하고, 여러 성당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저희 네 가족은 비록 조금 늦게 신앙인이 되었지만 늦은 만큼 후회 없이 뜨겁게 주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생활에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 평화신문과 그 신문을 보내주신 그분의 존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희 성가정을 상상할 수 없기에, 저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주님께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 소중한 만남을 예비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항상 저와 가족들을 지켜주시고 보살펴주시는 하느님과 성모님의 무한한 사랑과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그 사랑과 은혜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매사에 겸손하고 진실하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