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고난의 십자가와
부르고스 대성당
신미영 미카엘라 청주교구 용암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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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밭과 나무 십자가 
20250422173301_580809299.jpg시라우키 마을을 지나 순례길을 걷는 데 주변에 활짝 핀 해바라기밭이 넓게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해바라기꽃 안에 화살표를 그려 넣었다. 노란 화살표를 생각해서 아이디어를 냈나 보다. 해바라기꽃에 노란 화살표가 정말 제격이다. 잠시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힘을 내본다. 스페인의 8월은 오전 10시가 넘으면 뜨겁기 시작하는 데 12시가 넘으면 지열까지 올라와 땀이 줄줄 난다. 그래서 바에 들르면 낮인데도 당연하게 시원한 맥주를 주문해 마셨다. 한국에서는 낮에 술을 마신 적은 거의 없는데 스페인에서는 맥주 마시는 게 일상이 되었다. 스페인의 뜨거운 여름, 순례길을 맥주의 힘으로 걷고, 맥주 마실 기대에 또 걸었다.
산 오르막이 계속된다. 온통 돌길이라서 힘이 몇 배로 든다. 돌들과 나무뿌리가 뒤엉킨 길은 이스라엘의 광야를 걸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돌들을 일부러 뿌려 놓은 듯 많다. 오르막을 어느 정도 오르자 유명한 고난의 나무 십자가(Curz Atapuierca)가 있다. 잠시 고개를 숙여 묵상했다. 가다 보니 멀리 소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까미노 위에서 잘 걸으라고, 이 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는 것처럼 보였다. 산길을 한참 걷다가 도로에 내려와 다시 걸었다.

스페인 북부 교통 중심지 부르고스(Burgos)
스페인 부르고스는 9세기경 북부에 설립, 아를란존강 유역의 해발 평균 850m 고원에 위치하여 천연의 요새를 이룬다. 부르고스 대성당과 문화재와 사적도 풍부한데, 시내에는 에스테반 성당(1280~1350재건) 생 힐 성당(14세기), 15~16세기의 저택, 옛 왕궁, 자선원, 시청사 (1780) 등이 있다. 근교의 라스 웨르가스 수도원(1175 설립)은 시토회 왕립수도원으로 12~14 세기의 궁정 의상을 전시한 미술관이 있다. 삭막하고 냄새나는 부르고스 공장지대를 한참을 걸어갔다. 걷고 있는 인도에 작게 조개표시가 박혀 있어 그것을 보고 따라 걸으면 된다. 20250422173613_1518770717.jpg
부르고스를 가기 위해서 좀 돌아서 가긴 해도 자연과 벗하며 걷는 순례길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자동차 매연에 냄새가 나는 도로를 걸었던 건 빨리 가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부르고스에도 맛있는 뷔페식당 WOK 요리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먹을 생각에 말없이 서둘러 걸었는데 13시에 가게 문을 연다고 해서 인근 공원에 가서 기다리며 사진을 찍었다. 부르고스의 WOK은 로그로뇨보다 요리가 다양하진 않았는데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부르고스는 산티아고 순례 기착지 가운데 가장 큰 도시이며 스페인 북부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류 진화 박물관, 부르고스 박물관, 도서 박물관 등 10곳의 박물관이 현존해 있다. 도심에서 5km 떨어진 곳에 부르고스 공항이 있으며 바르셀로나 국제 공항까지 매일 항공편이 있다. 내륙에 위치하고 해발고도가 높아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우며 일교차도 크다고 한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아침 최저 기온이 거의 영하로 내려가는데 주변을 광활한 밀밭이 둘러싸고 있다. 부르고스는 여러 전쟁이 벌어졌던 곳이다. 반도 전쟁 때는 나폴레옹 군대가 포위했고 스페인의 내전 때는 프랑코 장군의 반정부군 거점이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북부에 있는 부르고스는 옛 카스티아 왕국의 수도였다. 중세 시대에 지은 교회와 성당, 수도원 등 역사 유물이 즐비하며 인구도 급증하여 20만 명에 도달하였다. 
우리 부부와 일행은 부르고스 공립 알베르게에 묵었는데 호텔처럼 시설이나 침대도 근사했다. 1층 바깥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빨래를 널 수 있는 공간과 줄이 설치되어 있어 순례자들에게 편안한 휴식의 공간으로 아주 좋았다. 다만 조리기구는 없어서 직접 조리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울려 식당에서 먹을 수는 있어 다행이다. 우리는 하몽(돼지고기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 숙성시킨 것)과 멜론을 안주로 와인을 마시며 순례 담을 나누었다.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산타 마리아 대성당은 스페인의 수많은 대성당 중에서도 매우 아름답고 큰 성당중의 하나이다. 스페인 중세 도시 부르고스에 위치하며 고딕 양식의 대형 성당으로 스페인의 건축물 중에서 가장20250422173301_1680049526.jpg 높은 건축물로 유명하다. 스페인의 문화유산으로 귀중한 중세 건축물이며,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종교적인 명소로 환영받고 있다. 대성당 건설은 13세기 중반부터 16세기 초에 완성되었고 여러 번에 걸쳐 보강과 확장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으며 정교한 석조조각, 다채로운 스탠드 글라스 창문, 웅장한 첨탑 등 다양한 건축적 특징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기본적인 고딕 양식의 건물이지만 다른 양식도 많이 결합되어 있으며 수 세기 걸쳐 뛰어난 건축가들에 의해 멋지게 장식되었다고 한다. 세비아, 톨레도에 이어 스페인에서 세 번째 규모가 큰 대성당은 350여 년에 걸쳐 지어졌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스페인에서 드물게 도시 역사성, 예술성이 높은 건물이다. 숙소 부근 부르고스 대성당 뒤편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 웅장함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건축 양식은 정교한 프랑스식 고딕 양식을 적용한 것으로 부르고스 도시가 피레네를 거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이라 더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고딕 양식의 특징인 높은 천장과 아치가 내부를 넓고 웅장하게 만들어 주며,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그리고 로즈 윈도우는 성당의 정면이나 측면에 삽화 된 창문으로 내부로 자연광을 통하게 하여 밝고 아름다운 빛을 내리게 해 준다. 석재 조각과 미술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이러한 조각들은 성당 내부와 외부에 걸쳐 볼 수 있기 때문에 예술적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중정과 내부 공간을 제공하면서, 방문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종교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고딕 건축물의 특징인 교각과 탑이 적용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조물들은 건축의 안전성을 높이는데 기여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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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과 함께 전시회와 성당을 구경하였다. 우리 부부는 거룩한 저녁 미사에도 참석하였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라틴십자가형 평면을 중심에 박고 그 주위로 부속 예배당을 세우고 남쪽에 중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성당 내부에는 세 개의 팔각형 아치 천장이 중심을 잡아 주고, 내부의 조각 성물이 정교하여 아름답다. 매우 화려하고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혼합된 성당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꼭 들려볼 것을 추천하며, 입장료(2024년 기준)는 5유로이다.
<사진설명(위로부터)>
- 순례길의 해바라기 밭과 해바라기 화살표
- 고난의 나무 십자가(좌) 고난의 십자가에 오르는 돌밭길(우)
- 부르고스 대성당 후면 모습
- 부르고스 대성당 입구 문(좌) 부르고스 대성당 내부(우)
- 부르고스 대성당 경당(좌) 부르고스 대성당 박물관 전시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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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영 미카엘라는 2002년 세례받고, 2008년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여 Pr. 단장, Cu. 단장, Co. 부단장으로 활동하였다. 2019년 8월 남편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를 38일간 다녀오고, 2021년 ‘사진으로 보는 우리 부부 산티아고 순례길’, 2024년 ‘열정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출간했다. 현재는 플렛폼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