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인은 누구실까?”
“복되신 동정 마리아”
노우재 미카엘 신부 부산교구 서동성당 주임

성모님을 부를 때 가장 자주 함께 부르는 호칭은 “동정”입니다. 교회의 신앙은 마리아를 동정녀라고 처음부터 고백해 왔습니다. 이 신앙은 신약 성경에 근거합니다. 루카 복음은 마리아를 소개하는 자리, 하느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나자렛에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루카 1,27)하고 강조합니다. 마리아는 동정녀였습니다. 동정녀로서 일생을 하느님께 온전히 바친 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 예고 장면은 동정 마리아의 모습을 선명히 보여줍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하며 인사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 있는 말씀, 마리아는 깜짝 놀라며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동정 마리아는 말씀을 경청하는 분이었습니다. 
천사는 그 모습을 보며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루카 1,31)하고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마리아는 말씀을 곰곰이 생각했고,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하고 물었습니다. 천사는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5-37)하고 답했습니다. 
말씀을 생각하고 그 뜻을 묻고 그 의미를 다시 주님께 듣고 배우는 일련의 과정, 바로 묵상입니다. 묵상을 하는 이는 말씀의 힘을 얻고 말씀으로 양육됩니다. 동정 마리아는 말씀을 묵상하며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무엇하기를 원하시는지 식별하였습니다. 그리고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하고 기도하였습니다. 동정 마리아는 기도하는 분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기도로 하느님께 사랑의 순종을 드렸고, 하느님 아드님을 성령의 능력 안에서 잉태하였으며,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영광을 드렸습니다. 동정 마리아는 삼위일체 하느님과 사랑의 일치를 이룬 분이었습니다. 이윽고 마리아는 길을 떠나 엘리사벳을 찾아갔습니다(루카 1,39-40).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러 서둘러 떠난 것이었습니다. 말씀을 경청하고, 말씀을 묵상하고, 말씀으로 기도하고, 하느님과 사랑의 일치를 이루고,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동정 마리아에게서 밝게 드러납니다.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의 표본 동정 마리아
교회는 이것을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라고 합니다. 렉시오 디비나는 말씀을 듣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입니다. 동정 마리아는 렉시오 디비나의 표본입니다. 어떻게 말씀을 듣고, 어떻게 말씀을 묵상하고, 어떻게 말씀으로 기도하고, 어떻게 하느님과 사랑의 일치를 이루고, 어떻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동정 마리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한 동정 마리아는 오롯이 하느님께 속한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마리아의 동정성은 하느님의 구원 신비를 선명히 드러내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며 온 누리를 새롭게 하셨습니다. 새로운 창조를 시작하시는 자리,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당신 사랑을 받아들여 줄 것을, 당신 사랑에 응답해 줄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동정 마리아는 인류를 대표하여 하느님께 사랑의 순종을 드렸고, 하느님 아드님께서는 마리아의 응답을 들으며 사람이 되어 오셨습니다. 동정 마리아는 하느님께 온전히 협력한 분이었습니다. 사랑의 응답으로 마리아는 온 세상을 새롭게 하시는 하느님 구원 사업의 출중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교회는 동정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모든 이가 새롭게 태어나도록 전구 하시는 분임을 분명히 의식합니다. 바로 그렇기에 그리스도인 생활의 기반이요 정점인 성찬례 안에서 교회는 성모님께 전구를 청합니다. 사제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인사하며 미사를 시작하고 곧바로 참회 예식을 인도합니다. 모든 이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하고 기도합니다. 성모님께서 우리 모두가 죄의 세력에서 벗어나도록 간절히 전구 하시며 미사 가운데 함께 계신 분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동정 마리아는 죄로부터 보호받으셨고, 하느님 은총으로 충만하신 분입니다. 죄의 세력에서 벗어나 은총에 의지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고귀한 일인지 가장 잘 아시는 성모님은 우리 모두가 은총으로 새로워지도록 항상 기도하여 주십니다.

동정 마리아는 영원한 생명을 살아가도록 하느님께 전구 해주셔
신앙고백을 드리고 감사기도를 바칠 때도 신앙공동체는 동정 마리아를 부릅니다. 주일 미사와 대축일 미사에서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을 바칠 때, “성자께서는 …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하고 입을 모아 고백합니다. 사도신경 역시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하며 고백합니다. 하느님 아드님께서 성모님의 사랑 가득한 협력으로 인간이 되신 신비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것입니다. 
감사기도를 바칠 때, 사제는 동정 마리아를 부르며 우리 모두가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도록 간구합니다. “저희에게도 자비를 베푸시어 영원으로부터 주님의 사랑을 받는 하느님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그 배필이신 성 요셉과 복된 사도들과 모든 성인과 함께 영원한 삶을 누리며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소서.”(감사기도 제2양식) 성모님은 동정녀로서 하느님의 은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충만하여 영원한 생명을 살아가시는 분입니다. 바로 그분께서 우리들 또한 지상 생활에서부터 영원한 생명을 살아가도록 하느님께 끊임없이 간구하여 주십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신앙인의 모범입니다. 동정 마리아를 바라보면 하느님의 말씀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동정 마리아를 바라보면 하느님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동정 마리아를 바라보면 하느님께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동정 마리아는 참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새로운 사람이 되는 길을 친절하고 자상하게 알려주시는 분, 또 그 길을 따라가도록 우리 모두를 북돋워 주시는 분입니다. 세상은 하느님의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청하며 우리 모두 하느님의 은총으로 새롭게 태어나 이웃에게 하느님의 생명과 사랑을 전하는 참된 신앙인이 되도록 겸손하게 기도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