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터전_원주교구 강원 감영
신앙 증거한 순교 터
박옥정 비비안나 원주 Re.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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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감영(원주시 원일로 85)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된 김강이 시몬, 최해성 요한, 최 비르지타가 순교한 순교 성지이다.
강원 감영은 조선시대에 강원도를 다스리던 관찰사가 직무를 보던 곳이다. 그러나 박해 시기에는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끌려와 고문을 당하며 고초를 겪기도 한 장소이다.
1815년 복자 김강이 시몬이 이곳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후 감옥에서 옥사하였고 1839년 부론 서지마을에 살던 복자 최해성 요한도 이곳에서 21차례의 문초와 18번의 고문을 당한 후 1839년 9월 6일 칼로 목이 잘려 순교하였다. 또 복자 최해성 요한의 고모인 최 비르지타는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붙잡혀 옥에 갇혀 4개월 동안 굶주린 후 순교하였다.
1866년에는 횡성 우천에 살던 박 요셉도 이곳으로 잡혀 와 배교를 강요당하며 고문을 받다가 순교하였다.
감영 사료관에는 순교의 역사가 소개되어 있으며, 감옥에는 세 분 순교자의 그림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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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감영의 첫 순교자 복자 김강이 시몬
1801년 있었던 신유박해가 끝난 뒤 김 시몬은 등짐장사를 하면서 이곳저곳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데에 열중하였다. 그러나 온전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장사를 그만두고 경상도 머루산으로 들어가 교우촌을 일구었다. 이후에 다시 여러 곳을 전전하다 강원도 울진으로 가서 정착하였다. 경상도에서 1815년 을해박해가 일어난 뒤 옛 하인의 밀고로 아우와 조카와 함께 체포되어 경상도 안동에 수감되어 여러 차례 문초를 받았으나 꿋꿋하게 신앙을 지켰다. 
그해 5월에 아우와 함께 원주로 이송되어 다시 문초와 형벌이 이어졌고, 그 아우는 마음이 약해져 배교하고 유배형을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김 시몬은 어떠한 형벌에도 굴하지 않았다. 김 시몬이 보여준 열렬한 신앙과 인내는 모든 사람을 감동시켰다. 
원주 감사가 조정에 보낸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김강이는 비밀리에 신자들에게 천주교 서적과 소식을 전해 왔으며 여러 해 동안 천주교 교리를 외우고 익혀서 온몸으로 깊이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김 시몬은 형이 집행되기 전에 이미 형벌로 인한 상처가 아주 심한데다 옥중 생활에서 얻은 이질로 1815년 12월 5일 옥사하였다.

참수로 순교한 복자 최해성 요한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최해성 요한은 부모와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고, 교회 서적을 가져오려고 다시 집으로 갔다가 체포되었다. 강원 감영으로 끌려간 그를 포졸들은 쇠도리깨로 때리면서 교우들이 있는 곳을 대라고 강요하였지만 굴하지 않았다.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가눌 수조차 없을 지경이 되었지만 영혼의 눈으로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타 언덕으로 올라가시는 모습을 그려 보았다.
최 요한은 다시 형벌을 받으면서도 “형제들을 고발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관장이 “네가 사악한 종교를 믿는다니 정말이냐?”라고 하자 그는 “저는 사악한 종교를 믿지는 아니합니다. 하늘과 주님을 섬기는 천주교를 믿을 따름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며칠 뒤 여러 말로 유혹하면서 배교를 권유하자 이를 거부하면서 “원주 고을을 다 주신다고 해도 거짓말은 할 수 없고 천주를 배반할 수는 없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모진 고문에도 그는 불평하지 않고 예수님과 성모님의 도움만을 청하였다.
“제가 지금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목숨을 보전하려고 한다면 제 영혼은 영원히 죽을 것이므로 주님을 배반할 수 없습니다. 하늘과 땅의 위대한 하느님을 섬기겠다고 맹세한 제가 어찌 형벌을 두려워하며 이를 배반할 수 있겠습니까?”
옥으로 돌아온 최해성 요한은 일시적으로 유혹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우리 주 예수님의 발아래 엎드림으로써 인생의 나약함을 억누를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쁨과 평화가 다시 그의 마음에 찾아왔다. 그는 마침내 참수형을 받아 1939년 9월 6일 28세 나이로 순교하였다.

원주교구 ‘님의 길’
원주교구에는 ‘님의 길’이라는 순례길이 있다. 풍수원성당과 서지마을에서 출발하여 원동성당, 배론 성지에 도착하는 3개 구간, 14개 노선, 234Km의 순례길이 2022년에 개통했다.
풍수원성당을 출발하여 배론 성지에 도착하는 첫 번째 구간은 박해 시대에 교우들이 살았던 교우촌을 연결하여 이루어진 길이고, 두 번째 구간은 순교자들이 걸었던 길로 풍수원성당을 떠나 원주를 거쳐 배론 성지까지, 세 번째 구간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았던 우리 교구의 역사와 인물을 만나는 길이다.
‘님의 길’은 단지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비움과 떠남을 통해 신앙의 의미를 깨닫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순례길이다. 이 순례에 우리 교구 신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초대한다.

◇‘님의 길’ 순례 신청: 서지마을 033-745-3217, 서지마을 순례길 홈페이지: www. seoji.net
<사진설명>
- 강원 감영 선화당
- 순교자(좌) 감옥(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