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부모님의 7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서울대교구 월계동성당(주임신부 강계원 도밍고) 교회의 어머니 Cu. 김재순 루시아 단장은 어린 시절,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놓고 두 손을 합장해 절을 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라왔다. 이후 개신교 신자인 남편과 결혼한 뒤, 경찰 공무원인 남편의 직장 근처에 신혼집을 얻어 살았다. 그때 천주교 신자인 주인집 할아버지의 검소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루시아 단장은 결혼 1년 만에 천주교로 개종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그를 기도와 함께 하느님의 자녀로 인도해 주었고, 54일 기도를 하며 구역 식구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넷째 동생은 루시아로, 다섯째 동생은 율리에다로 세례를 받게 되었다. 그의 노력으로 동생들에 이어 친정어머니도 가톨릭에 입교했다. 하지만 입교 넉 달 만에 갑자기 선종하셨는데, 선종 직전 신부님께서 세례를 주셔서 장례 미사를 할 수 있었다. 시골 성당의 레지오 단원들은 연도를 이어갔고, 넷째 동생의 본당과 루시아 단장의 서울 본당 신자들도 함께 기도해 주었다. 그리고 그해, 둘째 동생은 클라라로 다시 태어났고, 이듬해 아버지가 요셉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아직 친정 가족 모두가 세례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6명이 신앙의 길에 들어서며 김재순 루시아 단장이 간절히 바라던 기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성모 어머니로부터 받은 위로
루시아 단장은 세례를 받은 지 40년, 레지오에 입단한 지 32년이 흐르는 동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은총과 체험을 경험했다.
그가 기도회에서 율동 봉사를 할 때였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직후라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았지만, 함께하는 봉사였기에 슬픔을 누르며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육신의 어머니는 어제 땅에 묻혔지만, 성모 어머니께서 함께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위로와 따뜻한 기운이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4년 전에는 밤에 운동하다 넘어지면서 어깨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갈비뼈도 4, 5, 6, 7번에 금이 가는 큰 부상이었다.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중 꾸리아 단장으로 선출되었다는 전화를 받았고, 1주일 후 순명했다. 수술을 예상했지만, 의사는 골절된 어깨뼈가 자연스럽게 붙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성모님께서 돌보아주셨음을 굳게 믿었다. 그 후, 전 단장으로부터 업무를 인계받고, 관리 운영 지침서와 교본을 매일 읽으며 중요한 부분을 메모했다. ‘읽는 말을 믿고, 믿는 말을 가르치며, 가르치는 말을 실천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다 보니, 바쁜 나날 속에서 아플 틈도 없이 치료가 끝났고, 팔걸이도 제거한 채 3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하여 현재까지 꾸리아 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월계동성당의 수녀님들께서 연도와 장례 미사에 함께해 주시니, 레지오 단원들도 더욱 힘을 내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영적 지도 신부님의 깊은 관심 덕분에 예비 신자들이 세례받기 전 면담을 통해 레지오에 입단할 수 있도록 연결이 되고 있다.
김재순 루시아 단장은 레지오 전 단원이 연도, 입관, 장례 미사, 출관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Pr. 연도 공지 시에도 연도 시간과 참석 인원을 조정하여 더 많은 단원이 함께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위로하고, 타 종교인들에게도 감동을 주도록 노력한다. 그는 많은 신앙의 열매를 맺도록 최선을 다하며, 레지오 단원 모두가 성모님의 군대답게 굳건히 성장할 수 있도록 헌신한다.
경험은 더 큰 사랑을 실천하게 한다
40년 전 6월 27일, 세례를 받은 루시아 단장은 세례를 받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구역 반장으로 봉사하기 시작했다. 왕십리성당에서 8년간 신앙을 키워가던 그녀는 월계동 아파트로 입주하면서 월계동성당으로 전입했다. 하지만 당시 성당은 건축 중이었고, 아파트 입주도 진행 중이었으며,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환경에 예수님도 성모님도 떠나가시는 듯 헛헛한 마음에 통곡하며 울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쓰레기장에서 묵주반지를 끼고 있던 한 자매님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이어가던 중 남편이 같은 경찰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 두 사람은 직접 가정을 방문하며 교우들을 찾아 나섰고, 본인의 집으로 초대하며 냉담 교우들까지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렇게 시작된 만남이 매주 월요일 정기적인 티타임으로 이어졌고, 두 달 만에 15명의 신자가 함께하는 반 모임으로 발전했다. 주님께 선물로 받은 열정의 달란트로 그녀는 삶의 우선순위를 기도에 두고 교육과 기도 모임을 찾아다녔다. 천국의 보화를 쌓듯 전례 단장, 반장, 구역장, 전례 분과장, 여성 총구역장, 그리고 꾸리아 단장 등 직책이 주어질 때마다 매 순간 순명하는 자세로 봉사해왔다.
삶이 힘들 때마다 루시아 단장은 ‘깨어 기도하라’라는 주님의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며, 마치 거센 파도 속에서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도록 붙들어 주심에 감사했다. 그는 하느님의 뜻을 살피며 성모님께 의탁하고 기도하며 기다렸으며, 언제나 깊이 생각하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성모님의 향기를 피워내고 있었다.